점심밥 짓기 거부한 새마을금고 여직원, 직장 내 괴롭힘 인정 받았다
- "부당노동행위에 해당, 위자료 지급 의무 있어"
- 노조 "판결 환영... 사측 후속조처 없어 아쉬워"
반석현 | 입력 : 2022/09/21 [11:39]
점심밥 짓기를 거부한 새마을금고 여직원을 권고사직하고 이후 노동조합에 가입하자 탈퇴를 종용한 사건에 대해 법원이 부당노동행위와 직장 내 괴롭힘을 인정했다.
지난 16일 부산지방법원 신민석 판사는 전국새마을금고 노동조합과 A(여성)씨가 부산 태종대새마을금고를 상대로 낸 임금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부당노동행위와 직장 내 괴롭힘을 인정해 새마을금고가 노조에 500만 원, A씨에 임금‧위자료를 포함해 2856만 원을 지급하고, 소송비용을 각 절반씩 부담하라고 판결했다.
새마을금고 본점에서 일하던 A씨는 2018년 초 태종대새마을금고 지점으로 전보돼 창구 수신업무와 직원 점심 준비를 하게 됐다. 이후 A씨가 2019년 4월에 점심 준비를 못하겠다고 하자 새마을금고 측은 사직을 권유했다. 이에 A씨는 전국새마을금고 노조에 가입했고 새마을금고 측은 노조 탈퇴를 종용했다.
이후 금고 측은 A씨에 기존 3가지 업무보다 훨씬 많은 27가지 업무를 부여했고, 2019년 9월에는 직위해제와 대기발령을 했다. A씨는 같은 해 10월 8일 소형 금고가 있는 방에서 대기하다 감금된 듯한 분위기에 압박감을 느껴 경찰에 신고, 금고방에서 나왔다. 이후 그는 병원에서 우울‧공황장애로 2주 이상 입원 가료의 진단을 받았다.
근로복지공단 부산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는 2021년 7월 A씨의 적응장애를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 따른 업무상 질병으로 인정했고, 부산지방고용노동청은 새마을금고 측에 막말과 경위서 과다 징구, 금고방 대기 지시에 대해선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한다며 개선지도 명령을 했다.
재판부는 "피고(새마을금고)가 원고(A씨)한테 한 직위해제, 대기발령, 정직처분 등은 원고가 노조에 가입한 것을 이유로 불이익을 준 부당노동행위이고, 노조 탈퇴를 위해 직간접적으로 압박‧경고 또한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며 "이로 인해 노조는 단결권 등이 침해되는 손해를 입었으므로 위자료를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A씨가 청구한 치료비 관련 손해배상청구는 받아들이지 않았지만, 구제신청사건 선임료는 인정했다. 부당대기발령과 부당정직처분 기간의 미지급 임금청구에 대해서는 '무단결근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다'며 새마을금고 측의 손을 들어주었다.
재판부는 "피고가 원고의 업무에 필요한 범위를 넘어 정신적 고통을 주는 업무 과제의 반복적 부과, 협소하고 밀폐된 금고방에서의 대기 지시 등 부당노동행위와 직장내괴롭힘을 저질렀다"며 "이로 인하여 정신적 고통을 받았을 것임은 경험칙상 분명하므로 위자료를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A씨가 청구한 학비 보조금에 대해서는 인정하지 않았고, 아침에 1시간 일찍 출근하도록 종용한 부분에 대해서는 연장근로수당 발생을 인정했다.
노조와 A씨를 변론한 김두현 변호사(금속노조법률원)는 "밥 짓기를 거부했다고 사직을 종용하고 노조에 가입하자 규정을 손으로 베껴 쓰는 작업만 반복해서 시켰다"며 "일일이 열거하기도 힘든 괴롭힘들이 있었던 걸 고려하면 인정된 위자료가 결코 많다고 볼 수 없다. 가해자들은 자신이 무슨 짓을 하고 있었는지 제발 되돌아보았으면 한다"고 충고했다.
전국새마을금고 노조는 이번 판결을 크게 반겼다. 노조 관계자는 "앞서 부당노동행위와 직장 내 괴롭힘 판정이 났고, 복직에 이어 민사도 승소 판결까지 나왔다"라며 "손해배상을 인정한 것으로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모든 문제가 해결된 것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사측은 제대로 책임지지 않고, 해당 조합원만 고통을 계속 겪고 있다"라며 사태 해결을 강하게 요구했다.
<저작권자 ⓒ NH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