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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건강상식_치매에 대하여-4

반석현 | 기사입력 2023/09/01 [10:25]

[기고] 건강상식_치매에 대하여-4

반석현 | 입력 : 2023/09/01 [10:25]

                            네번째 이야기-     성격이 360도 바뀐 이모님 

▲     이정호

 
치매증상은 사람마다 다르다.

 

왜냐하면 사람마다 삶의 과정과 환경이 다르기 때문일 것이다.

 

치매이야기 첫편에서 치매증상에는 크게 ‘이쁜치매’ 와 ‘고약한 치매’로 나뉜다고 했는데 대부분은 ‘이쁜치매 증상’ 보다는 ‘고약한 치매증상’이 많다. 아마도 인생살이에서 아름다움과 행복한 내용보다는 고통과 좌절속에 점철된 상처와 한(恨)이 더 많기 때문이지 않을까 싶다. 이러한 필자의 생각을 각인하게 된 경험은 나의 이모를 요양원에서 모셨던 경험이었다.

 

이모님은 자녀들이 직접 모실 형편이 되지 못해서 어머님께서 1년 이상을 직접 모시고 살았다. 어머님은 이모님이 시집살이 이후 삶이 너무나 불행하고 괴로운 삶임을 누구보다 깊이 느꼈기에 이모님이 치매를 앓으며 어려움에 처하자 흔쾌히 모시고 살았다. 어머님과 이모님이 함께 살때만 하셔도 그렇게 증상이 심하지는 않았다. 그런데 점차 증상이 심해지더니 급기야 집을 자꾸 나가서 길을 잃고 배회하는 경우가 점차 늘어났다.

 

초기엔 마을주민들의 도움으로 어떻게 수습이 되었지만 더 이상 어머님께서 감당하기 힘들자 조카들과 상의하여 인근 요양원에 모시게 되었다. 몇 년뒤 논자가 요양원을 오픈하면서 첫 번째로 이모님 한 분을 모시고 운영을 시작하게 되었다. 당시에는 따로 숙소가 없이 요양원 안에 있는 직원휴게실에서 부부가 함께 살면서 운영을 하였다. 왜냐하면 소규모 요양원(공동생활가정 9인시설)을 처음 개원하여 입소 어르신을 6-7명을 확보하기 전에는 야간담당 직원을 둘 수 있는 경영상황이 못 되기 때문이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모님을 모시고 24시간 생활하면서 이모님의 치매증상을 온몸으로 겪게 되었다. 이모님의 핵심적인 치매증상은 밤낮으로 계속해서 하루나 이틀씩 지속적으로 욕설이 대부분인 혼잣말을 하시는 것이었다. 그러다가 온몸의 기운이 소진되면 2-3일은 주로 잠을 자면서 식사를 거를 때도 많았다. 밤낮 잠을 주무시지 않고 계속 누군가와(환시와 환청증상) 욕설과 원망이 대부분인 말씀을 하셨다. 대화라기 보다는 일방적으로 자신의 말을 쏟아내는 식이었다. 대화의 상대자는 대략 시어머니와 시누이 그리고 남편과 아버지 였다.

 

처음 얼마간은 환시로 보이는 대상을 향해 혼자서 일방적으로 쏟아내는 이모님의 거친 말을 들으며 이모님의 삶을 많이 이해하게 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패턴이 몇주 계속 반복되자 이모님이 욕설을 하시는 저녁시간이 되면 노이로제가 걸릴 것 같았다. 이모님의 치매증상은 밤이 되면 더욱 강하게 표현되었기에 방문을 닫고 있어도 큰소리로 떠드는 소리에 깊은 잠을 자기가 어려웠다. 아무리 방에 모시고 가서 방에서 주무시라고 이야기를 하고 설득을 하여도 돌아서면 다시 거실에 나와 큰소리로 욕설을 하니 스트레스가 극도로 올라갔다. 그나마 이모님이 2-3일은 지쳐서 내내 잠을 주무시니 다행이었지 매일 반복 되었다면 견디기 정말 어려웠을 것이다.

 

듣기 싫어도 계속 반복되는 이모님의 증상을 한귀로 듣고 한귀로 흘리게 되기 까지는 제법 많은 시간이 걸렸다. 어머님 또한 시간이 나는 대로 요양원에 오셔서 이모님과 놀아주곤 하셨는데 어머님께서 이모님의 혼잣말을 들으시고는 스토리의 전후상황을 자세히 설명해 주셨다. 그 이야기를 듣고 이모님의 말씀을 들으니 거친 표현의 거슬림이 점차 덜해지고 그 상황의 아픔이 함께 느껴졌다. 이모님은 시어머니와 시누이들의 환상을 보면서 왜 내게 그렇게 못되게 대했는지? 따지고 욕을 하셨다. 그리고 자신에게 그렇게나 폭력을 가하고 고생시킨 남편에 대해 욕을 하셨으며, 자신을 그 집안에 시집보내어 당신을 고통스럽게 만든 친정 아버님에 대해 원망을 하셨다.

 

이러한 이모님의 모습은 내가 그동안 봐온 이모님의 모습과는 전혀 달라서 매우 놀랐다. 그동안 내가 경험한 이모님은 늘 수줍어하고 위축되어 있었다. 말도 적었고 눈빛이나 태도는 너무나 얌전하고 연약해 보였다. 요양원 첫날밤 이러한 이모님의 선입견은 한방에 날아갔고 나중에 입소한 어르신분들과의 관계도 매우 파격적이었다. 얌전하고 연약해 보이던 이모님은 없었고 약간만 동료어르신과 마찰이 일어나면 순식간에 폭력적으로 변해서 늘 고민과 경계의 대상이 되었다. 그래서 이모님은 늘 1순위로 1인실에 모실 수밖에 없었다.

 

이러한 이모님의 생활상을 보면서 치매에 대한 중요한 통찰이 생겨났다.

 

치매증상은 뇌기능 장애로 인해 자신의 삶속에서 형성된 핵심적인 무의식(내면적으로 억압되어 형성된 마음)의 표출이라는 점이다. 뇌기능 중에서 자신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능력(전두엽의 반성적 이성능력)이 쇠퇴하면 스트레스에 대한 본능적인 공격과 방어적인 마음이 윤리와 관습의 가치관으로 걸러지지 않고 날것 그대로 표현된다. 이러한 관점에서 이모님의 치매증상은 시집살이 과정에서 겪은 고통스런 스트레스와 감당할 수 없는 폭력속에서 겉모습은 더욱 위축되고 양순(?)하게 변하여 자신을 보호하였으나, 내면의 모습은 상대에 대한 원한과 폭력적 보복심리로 가득차 버렸던 결과로 보인다.

 

이모님은 다행스럽게도 2-3년이 지나면서 큰소리로 악을 지르던 모습은 서서히 약해져서 점차로 소곤소곤 표현하게 되었고 환청과 환시로 대상을 공격하는 시간 또한 점차 줄어들었다. 한편으로는 체력이 약해지는 면도 있었겠지만 논자가 보기에 실컷 욕을 하면서 하고싶은 말과 생각을 쏟아내고 나니 내면에 쌓인 원한의 에너지가 줄어든 탓으로 이해되었다. (어쩌면 이모님은 이성이 쇠퇴한 치매를 통해 본능적으로 가상의 상대에게 하고 싶었던 말과 공격적인 에너지를 마음껏 발산하면서 부지불식간에 스스로의 내면을 치유했을 것으로 생각된다. 심리치료 기법에서도 종종 활용되는 기법이기도 하다. 그러나 심리치료에서는 안전한 환경에서 심리치료사의 전문적인 개입을 통해 진행되므로 일반적으로 오해하지 않기를 바란다)

 

이모님을 모시면서 힘든 순간이 많았지만 그 순간을 그나마 특별한 사고없이 대처한 보답으로 우리 부부는 삶을 살아가는 큰 통찰을 보상으로 받을 수 있었다. 이모님은 몇 년전 요양원에서 조용히 임종을 맞이하셨다. 만약 다음 생이 있다면 행복한 결혼생활을 통해 이생의 고통을 충분히 보상받을 수 있었으면 하는 생각을 간절히 기원해본다.

 

 (이정호 객원기자)

 

< 약력 >

- 마인드풀 힐링아카데미 대표

- 서울불교대학원 대학교 심신통합치유교육전공 석사졸업

- 선문대학교 통합의학 대학원 자연치유 전공 박사과정 수료

- 국제사이버대학교 보건행정학과 외래교수

- 유안 정신과 의원 MBSR(스트레스관리 프로그램)및 이완프로그램 진행

- 군포 매트로병원 스트레스 클리닉 운영위원

- 아모레퍼시픽 감정노동 및 스트레스관리 프로그램 개발 및 교육

- 일산 알콜재활 전문병원 ‘마음챙김 스트레스 이완 프로그램’ 진행

- 동국대 일산병원 암환자를 위한 MBSR프로그램 진행

- 이화여대병원 직원스트레스관리 프로그램 진행

- 노인우울 및 심신통증완화 프로그램 개발 및 교육

- 경진주간보호센터 & 경진노인요양원 원장

 

< 강의 & 활동 분야 >

- 마음챙김 명상에 바탕한 직무스트레스 관리프로그램 교육

- 마음챙김에 바탕한 의사소통증진 프로그램 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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